그라츠
슈타이어마르크 주의 주도이자 미식 천국
비엔나에서 남쪽으로 특급 기차"레일젯"으로 약 2시간 반만에 도달하는 그라츠(Graz)는, 슈타이어마르크 주의 주도(州都)이자 남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문화도시입니다. 빨강 기와지붕이 늘어선 구시가지는 지금도 중세시대 때의 공기를 짙게 남겼습니다. 2003년에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면서 그라츠는 젊은 생기가 넘치는 독특한 도시로 변화했습니다. 오래된 골목들 사이사이에 현대적인 건물들이 자연스럽게 조합되어, 그라츠만의 매력을 형상하고 있습니다.
그라츠의 중심인 중앙 광장(Hauptplatz) 한가운데에는 1878년에 만들어진 요한 대공상 분수가 있습니다.이는 '슈타이어마르크의 왕자'로 불리며 지금도 존경을 받고 있는 요한 대공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원형 지붕, 시계, 사각형 탑이 인상적인 그라츠 시청은 중앙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입니다. 크리스마스 시기에는 시청 벽 전체에 거대한 프로젝션 매핑이 투영되고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립니다.
또한 북이탈리아 궁전 양식으로 지어진 주 청사는 지주 아래쪽에 보이는 조각과 호화로운 회랑을 가진 르네상스 양식의 아름다운 안뜰이 특징입니다.
13세기 시계탑이 서 있는 아담한 언덕. 그라츠는 이 슐로스베르크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언덕 위의 있던 성채는 전 시대를 통해 가장 견고한 성채로 기네스북에도 올랐습니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조차도 이 성채를 함락시키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반 시계와 달리 단침이 분, 장침이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탑은 그라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국적인 붉은 지붕이 끝없이 이어지는 낮 풍경도 멋지지만, 어둠 속에 우주선 같은 현대미술관 "쿤스트하우스 그라츠(Kunsthaus Graz)"가 수상하게 빛나는 야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슈로스베르크 언덕의 정상까지는 돌계단을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합니다. 위에는 멋진 레스토랑도 있어 구시가지의 파노라마를 즐기면서 식사도 할 수 있습니다. 돌아올 때는 스릴 넘치는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슈타이어마르크 주 청사 옆의 무기고는 오스만제국 습격에 대한 무기 상비고로 만들어졌습니다. 중세 갑옷과 총 등 1551년 이래의 무기 3만 점 이상이 보관되어 있으며, 지금도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비되어 있는데, 그 어마어마한 모습에는 무기 애호자가 아니더라도 감탄할 겁니다. 동절기는 휴관입니다.
이 무기고 입구에는 그라츠 관광안내소와 숍이 있는데, 특히 숍에서는 특산물인 호박씨오일을 비롯한 여러 상품들을 적당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추천합니다.
그라츠 시내에서 1번 트럼을 타고 약 15분 서쪽으로 가면 요한 울리히 폰 에겐베르크 후작이 중세 성을 바탕으로 1623년 거성으로 지은 에겐베르크 궁전이 있습니다. 호화로운 내부는 가이드 투어를 통해 견학할 수 있습니다(동절기는 폐관). 평범한 궁전 같아 보이지만 사실 우주를 모티브로 과학적인 지식으로 채운 아주 흥미로운 건축물입니다.
또한 성내에는 아르테 갤러리가 들어서 있으며 500년 이상에 걸친 유럽의 회화,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연간 오픈). 마리아 테레지아 부부도 사랑했다고 전해지는 아름다운정원과 공원은 사계절 내내 시민들의 휴식처입니다.
15세기에 합스부르크 황제 프리드리히 3세가 왕궁(Burg)을 짓고 나중에 그 아들 막시밀리안 1세가 후기 고딕 양식으로 개조했는데, 그 주요 부분은 19세기에 철거되어 현재는 주지사 관저입니다. 왕궁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제3동 옆에 조성된 이중나선계단(Doppelwendeltreppe)입니다. 두 계단이 좌우로 갈라졌다 재회하는 그 형태는 연인 사이에도 비유할 수 있습니다. 1499년에 지어진 고딕 말기의 석공예술 걸작입니다.
대성당(Dom)은 황제 프리드리히 3세가 1438년에서 1464년 사이에 왕궁 교회로 지어졌습니다. 성당 남쪽 벽에는 작은 돌출지붕으로 보호된 고난의 그림이 있는데 1480년 슈타이어마르크를 강타한 흑사병, 오스만제국의 습격, 그리고 메뚜기 떼의 세 가지 고난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묘(Mausoleum)는 황제 페르디난트 2세의 묘소입니다. 이 황제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패자로 그라츠에 머물면서 문화 역사상 매우 가치가 높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묘소 중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이탈리아 궁정화가였던 조반니 피에트로 데 포미스가 설계했습니다.
2003년 무어(Mur) 강 바로 오른쪽에 건립된 쿤스트하우스 그라츠(Kunsthaus Graz)는 거대한 파란색 거품이 떠다니는 것 같은 모습으로 그라츠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았습니다. 바다소의 촉수처럼 생긴 돌기가 슐로스베르크의 언덕 위의 시계탑과 교신하고 있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무어 강 가운데에 위치한 인공섬 무어인젤(Murinsel) 역시 그라츠가 2003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되었을 당시에 고둥을 모티브로 지어졌습니다. 내부에는 카페와 반원형극장이 있어 그라츠의 문화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울 한강의 새빛섭은 이 무어인젤 모양을 벤치마킹했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도시 그라츠에서는 활기찬 파머스 마켓도 볼거리입니다. 근교 지역의 농업 종사자들이 갓 딴 신선한 농산물을 진열하는데, 지역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그라츠 오페라 극장 뒤편에 있는 카이저 요셉 광장(Kaiser-Josef Platz)이나 렌트 광장(Lendplatz)의 마켓을 추천합니다. 영업시간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6시 경부터 오후 1시 경까지입니다.
그라츠는 무엇보다도 미식의 수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오스트리아의 녹색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토양이 비옥한 슈타이어마르크 지역에서 생선된 농산물들이 모두 주도인 그라츠로 모여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명한 특산물에는 오스트리아 현지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검은 보석’이 있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볶은 호박씨에서 추출한 ‘호박씨오일(Kürbiskernöl)’입니다. 검은 색에 가까운 진녹색 기름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세포 노화를 막아주는 비타민E와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샐러드나 수프에 그대로 부어 먹으면 고소한 아몬드 향이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뿌려 먹으면 쌉싸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맛에 놀랄 겁니다. 슈타이어마르크 산 호박씨오일은 프랑스의 샹페인처럼 지리적 표시 브랜드로 보호되어 있는데, 제품에 붙어 있는 슈타이어마르크 주의 상징인 녹색과 흰색 실로 일반 호박씨유와 구별할 수 있습니다.
단 것을 좋아하신다면 합스부르크 황실 납품 제과점 에데거 탁스(Hofbäckerei Edegger-Tax)를 꼭 방문하세요. 아담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합스부르크 황실의 상징인 금색 독수리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올 겁니다. 다양한 쿠키 종류가 모두 맛있는데, 특히 황후 엘리자벳의 이름을 따온 쿠키 ‘시시 부셀(Sisi Busserl)’이 인기입니다.
호박크림스프 (Kürbiscremesuppe): 호박씨에서 추출한 짙은 초록빛 기름을 뿌려서 먹는 크림스프는 그라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입니다.
슈타이어마르크식 후라이드치킨 (Steirisches Backhendl): 이 바삭한 프라이드 치킨 요리는 과거에는 귀족들에게만 허락되었지만 지금은 지역민들이 가장 즐기는 식사 메뉴가 되었습니다. 그라츠 호박씨오일을 뿌린 채소 샐러드와 함께 나오기도 합니다.
그라츠 상추 샐러드(Grazer Krauthäuptel Salat): 도시 이름이 그대로 샐러드에 붙인 경우는 아마 그라츠가 유일할 겁니다. 그라츠산 브랜드 상추인 그라쳐 크라우트호입텔에 호박씨오일을 뿌린 이 신선한 샐러드는 그라츠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별미입니다.
실혀(Schilcher): 슈타이어마르크에서 생산되는 아름다운 장미꽃색 로제와인입니다.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그라츠는 슈타이어마르크의 와인 산지와 인접해 있습니다. 슈타이어마르크 와인 산지의 대표적인 와인 품종은 최고로 이름난 소비뇽 블랑입니다.
푼티가머 맥주 (Puntigamer Bier): 그라츠는 여러 맥주 공장의 본산으로, 그중에서 그 유명한 푼티가머 맥주 공장이 지금도 운영 중입니다. 푼티가머는 지역 축구팀의 메인 후원사이기도 합니다.
슈타이리셰스 부르첼플라이슈 (Steirisches Wurzelfleisch): 삶은 소고기에 당근, 셀러리 같은 뿌리채소를 고명으로 얹고 고추냉이를 곁들여 내는 요리입니다. 추운 겨울에 뜨끈하게 먹기 안성맞춤입니다. 재료는 당연히 전부 현지 농산물을 사용합니다.
초터 초콜릿 (Zotter Schokolade):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초터 초콜릿을 꼭 한 번 맛보시기 바랍니다. 이 수제 초콜릿은 향이 아주 독특하고 유기농 재료와 100퍼센트 공정무역 카카오 열매로 만들어졌습니다.
불카노 싱켄 (Vulcano Schinken): 이 특별한 절임햄은 스페인의 하몽 이베리코와 이탈리아의 프로슈토에 견줄 만한 슈타이어마르크의 햄입니다. 아주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돼지로 만들며 햄의 제조법은 극비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브레틀야우제 (Brettljause): 지역민들은 와인 산지로 나들이를 갈 때 꼭 부셴섕크(와인 주점)에 들러서 브레틀야우제를 먹곤 합니다. 각종 햄과 치즈를 나무 접시 브레틀(Brettl)에 담아 먹는 간식 ‘브레틀야우제’, 여러분도 한번 맛보세요.
크라이너 소시지( Krainer Würstel): 소시지 가판대에 들러보지 않고 그라츠를 여행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길을 가다 소시지 가판대를 만나게 되면 겨자와 채 썬 고추냉이를 곁들인 ‘크라이너’ 소시지를 꼭 한 번 맛보세요.
카약 그룹은 2023년에 가장 핫한 키워드인 지속 가능 여행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는데요, 167개 도시 대상,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총 28개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Top3 도시를 포함한 랭킹을 발표하였습니다. 그중 3위에 오스트리아의 숨은 보물 같은 도시, 바로 그라츠가 영예롭게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 접근성, 다양한 자전거 루트, 보행자 도로, 지역 마켓,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 다양한 부분을 인정받아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는데요, 지구를 위한 착한 여행 올 휴가는 그라츠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문화의 도시 그라츠에서는 일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또 미식의 수도답게 식도락 행사도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많습니다.